부산 대연8구역 발목 잡는 ‘민원처리비’ 정부가 판단한다
부산 대연8구역 발목 잡는 ‘민원처리비’ 정부가 판단한다
  • 홍은기 기자
  • 승인 2020.09.1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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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건설사, 무이자 이사비를 이름만 바꿔 조합원에게 제공 논란
국토부 “시공과 관계없는 금전 또는 재산상 이익은 불법”
주택정비사업 불법행위 근절 위해 일벌백계 필요성 대두
포스코건설 로고
포스코건설 로고

[미디어리퍼블릭] 홍은기 기자=부산 지역 최대 규모 주택정비사업인 ‘대연8구역 재개발 사업’이 시작부터 불공정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시공사 입찰에 참여한 한 건설사가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금전을 조합원들에게 직접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재개발 재건축 수주를 위한 건설사간 경쟁이 과열되자 시공과 관련되지 않은 금전 또는 재산상 이익을 조합원들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관련 법령을 마련하고 시장을 감시하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연8구역 재개발 사업에 입찰한 포스코건설은 시공사로 선정되는 즉시 민원처리비 명목으로 조합원들에게 300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포스코건설은 조합에 대여하는 사업촉진비 2000억원 외에 별도로 조합원에게 현금을 추가 지급한다는 홍보전단을 만들어 배포하고 조합원들을 개별 접촉해 관련 내용을 홍보하고 있다.

포스코건설과 수주전에 뛰어든 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 컨소시엄이 사업촉진비로 1500억원 제안한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제안이다. 대연8구역의 조합원 수(3530세대)를 감안하면 포스코건설의 제안은 약 1000억원 정도의 현금을 조합원에게 더 주겠다는 것이다.

대연8구역 조합원 입장에서는 현금 1000억원을 더 주겠다는 포스코건설의 제안에 솔깃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 돈이 정부의 법령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올해 부산의 ‘재개발 최대어’로 불리는 대연8구역 재개발 정비사업구역 내 주택 전경 (사진제공=조합)
올해 부산의 ‘재개발 최대어’로 불리는 대연8구역 재개발 정비사업구역 내 주택 전경 (사진제공=조합)

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 컨소시엄과 포스코건설이 제안한 사업촉진비는 조합이 필요할 경우 사업추진을 위한 목적으로 사업추진비용으로 사용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시공사 선정을 대가로 금전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포스코건설의 '민원처리비', 조합사업비 입찰지침에도 없어

문제는 포스코건설이 시공사 선정 직후 세대당 현금  3000만원을 각 조합원들에게 주겠다는 민원처리비다. 민원처리비는 조합 입찰조건상 조합사업비 리스트에 들어 있지 않은 항목으로 포스코건설이 자의적으로 조합사업비 내역에 집어 넣은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민원처리비가 조합사업비 형식을 띄고 있지만 조합이 요청하지도 않은 사업비를 자의적으로 넣고 시공사 선정을 대가로 한 일종의 매표행위라고 지적했다. 복수의 국내 주요 로펌 역시 민원처리비가 법령 위반에 해당된다는 견해를 보였다.

국토교통부 고시 제2018-101호 정비사업계약업무처리기준에 따르면 “건설업자 등은 이사비, 이주촉진비 등 시공과 관련이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대연8구역에서 제안한 민원처리비는 명칭만 다를 뿐 조합원들에게 무상으로 지급하는 현금으로 그동안 여러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서 문제가 됐던 이사비나 이주촉진비 등과 같은 성격이다.

대연8구역 재개발 조합원에게 전달된 포스코건설 사업제안서 중 ‘민원처리비’ 관련 내용 (사진제공=조합)
대연8구역 재개발 조합원에게 전달된 포스코건설 사업제안서 중 ‘민원처리비’ 관련 내용 (사진제공=조합)

국토부는 그동안 이주비, 이주촉진비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건설사들의 살포하는 막대한 현금이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서 만연하자 자금을 앞세운 과당 수주전을 막기 위해 관련 법령을 마련하고 시장을 감시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7년 9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 2, 4주구)에서 한 건설사가 무상 이사비로 7000만원을 제공하기로 해 금품 수주 시비가 붙었고,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도 한 건설사가 ‘개발이익 보증금’이란 명목으로 현금 3000만원 제공키로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올해 1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에서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시공과 관련 없는 재산상 이익을 제안하지 못하도록 한 정부 법령을 위반한 혐의로 했다고 판단해 관련 건설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대연8구역 조합은 포스코건설의 ‘민원처리비’ 논란에 대해 정부의 판단에 따라 조치키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입찰을 마감한 후 각 사의 제안서를 검수하는 과정에서 포스코의 민원처리비가 법령 위반이라는 이의제기가 있었다”며 “관련 부처에 질의하고 심의를 거쳐 포스코건설의 입찰자격 무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조합의 질의로 포스코건설의 민원처리비가 법령 위반으로 판명이 나면 포스코건설은 입찰자격이 박탈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합은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에 “국토교통부 고시를 위반한 업체에 대해서는 입찰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을 담은 입찰지침서에 배포했기 때문이다.

주택 정비사업서 ‘조합원 매표행위’ 등 불법 근절 위해 일벌백계 필요성 대두

포스코건설의 입찰 참여가 무효가 되면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서 손실과 직결되는 사업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주촉진비가 법령 위반으로 판명이 나면 건설사가 불복해 소송이 붙을 수도 있고 정부가 입찰 자체를 무효로 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사업이 늦어져 조합의 비용은 늘고 조합원들의 재산 손실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 반포 1, 2, 4주구와 한남3구역에서 건설사들이 이사비를 지급키로 하자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사비 지급을 금지하고 입찰을 무효화하기도 했다.

조합원이 포스코건설로부터 제안 받은 문자 내용 / 조합원 제공
조합원이 포스코건설로부터 제안 받은 문자 내용 / 조합원 제공

전문가들은 이름을 바꾼 현금 살포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재건축, 재개발 비리를 막기 위해 정부가 현금 살포를 막았지만 대연8구역이 공사비만 1조원에 달하자 다시 과거 불법이 재연된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 불법을 엄단하지 않으면 재건축, 재개발 과당 수주전과 비리는 다시 만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2017년 현금 살포를 막는 관련 법령을 만들었을 당시 이사비, 이주촉진비가 다른 이름으로 등장할 것으로 우려했었다”며 “해외건설도 힘들고 자체 아파트 사업도 힘든 상황에서 유일한 매출처인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서 불법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지역의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산은 수도권과 비교될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크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앞으로 계속 있을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서 금전 수주가 나타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사람들이 눈 앞에 당장 떨어지는 현금에 눈이 멀어 건설사를 찍어 주면 그 뿐 아니라 각종 비리, 말 못할 문제들도 당연히 재연될 것이다. 과거 재개발, 재건축 현장의 비리와 투기를 막으려면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잘 감시하고 법을 제대로 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조합원들에게도 주택의 품질, 시공사의 경험 등을 토대로 시공사를 선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막대한 현금을 동원해 수주전에 나서는 것은 결국 조합원들이 현금을 많이 주는 건설사를 선호하기 때문이며 이런 선심성 자금은 공사비에 전가돼 오히려 주택의 품질이 나빠질 수 있다”며 “그동안 시장에서 검증된 시공사의 능력과 설계, 디자인과 같은 품질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조합원들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서 툭하면 벌어지는 것이 소송인데 시비가 붙어 소송이 나면 사업기간이 늘어나고 자연스레 조합원들의 손실이 커질 것”이라며 “결국 건설사의 설계, 시공능력을 기준으로 선정해야 사업 진척도 빠르고 손해도 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민원처리비는 부산 범천1-1구역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사도 제안했던 내용으로 도정법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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