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녀의 미용실에 피아노가 있는 이유
[인터뷰] 그녀의 미용실에 피아노가 있는 이유
  • 이상우 기자
  • 승인 2020.05.08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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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자 에스제이뷰티갤러리 원장…”가위질 넘어 예술 가르칩니다”

 

[미디어리퍼블릭] 이상우 기자=뷰티숍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는 수채화들이 죽 걸려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건 미용도구가 아니었다. 피아노와 기타였다. 뷰티숍의 ‘뷰티’와는 무관해 보이는 것들이다. “그림은 제가 그렸고요. 악기들도 제가 연주하는 거에요. 생각했던 미용실과는 좀 다르죠?” 서울 역삼동에서 에스제이뷰티갤러리를 운영하는 박신자 원장이 웃으며 말했다.

문화와 미용이 공존하는 공간. 박 원장이 만들고 싶었던 뷰티숍의 콘셉트다. 그가 미용업계에 몸 담은지는 올해로 15년째. 미용만 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경력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다”고 말했다. 미용으로 진정한 아름다움을 끌어내려면 미용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미용업은 단순히 기술직을 넘어 예술과 밀접한 연관성을 띠고 있다고 본다”며 “사람들도 미용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미용업계 종사자들도 본업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데에는 과거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대기업 출신 미용사…”아직 배울 게 많다”

박 원장은 현대전자산업(현 SK하이닉스) 생산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사내에서 각종 취미 활동반에 참여하며 노래와 춤, 패션, 인문학 등을 배웠다. 지금은 수준급인 피아노 연주 실력도 그때 다져 놓은 것이라고 한다. 한때는 가수도 꿈꿨다. 박 원장은 “한번은 회사 다닐 때 전국노래자랑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며 “그때 사장님이 나에게 ‘하고싶은 거 다 해봐라’며 여러 모로 지원해줬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끼를 펼치기에 대기업 업무는 녹록치 않았다. 박 원장은 10년 가까이 다닌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골프장 캐디로 잠깐 일했고, 법률 서비스 지원과 부동산 관련 영업 등도 해봤다. 그러다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어 미용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가 30살이었다. 박 원장은 “미용사 자격증을 두 달 만에 따고 서울 역삼동에 120평 남짓한 뷰티숍을 차렸다”고 했다. 20대 초반부터 수년 동안 도제식 교육을 받는 보통의 미용업계 종사자들과는 딴판이다.

미용업계의 열악한 근무실태는 언론 등을 통해 숱하게 드러난 바 있다. 기술을 가르친다는 명분 하에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것이다. 청년들은 미용실 스태프로 일하면서 돈을 받지만, 교육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다시 돌려줘야 했다. 결국 손에 쥐는 돈은 최저시급도 안 됐다. 2015년엔 페이스북에 ‘미용노조’가 설립돼 이러한 실태를 폭로한 적도 있다.

박 원장은 “기술 교육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다”면서도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돈만 날리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미용 기술을 어서 체화한 뒤 현장에서 하루라도 빨리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술만큼 경험 통한 감성 교육 중요”

그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용업은 기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그 이후부턴 감성이 크게 좌우하는 분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기른 감성으로 나만의 손님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감성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는 때로 자비를 들여서 수강생들에게 공연을 보여주거나 레저 활동을 체험하게 해준다고 한다. 본인의 경험을 청년들과 나누려는 취지도 있다.

미용사의 외래어는 ‘헤어 디자이너’다. 직역하면 머리 형태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또 디자인은 예술의 한 분야로 분류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박 원장은 “미용사도 예술가라는 생각으로 직업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가위질을 넘어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고 예술을 전파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는 배운 것을 나눠주고 싶습니다. 미용 관련 재단을 설립해서요.” 인터뷰가 끝날 때쯤 박 원장이 밝힌 포부다. 구체적으로 학생들에게 미용 재능을 기부하고, 이를 통해 자립한 학생들이 수익의 일부를 재단에 기부하는 식이다. 뷰티업계 통틀어 재단법인 설립은 이례적인 일이다. 박 원장은 “나는 어린 나이에 자수성가했지만 지금은 젊은 세대가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힘든 현실”이라며 “나의 나눔이 미약하나마 후배들의 울타리가 돼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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